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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 THOUGHTS

굿 타임 Good Time 결말 해석 | 넷플릭스 영화추천 | 로버트 패틴슨

by 핀즈버리디스코 2021. 2. 18.

 

 

굿 타임 Good Time 결말 해석 | 넷플릭스 영화추천 | 로버트 패틴슨 

 

굿 타임 Good Time은 사실 나온 지 꽤 된 영화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오게 돼서 보게 됐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2017년에 개봉했다.

조쉬 & 베니 사프디 형제가 쓰고 감독했고 트와일라잇으로 알려진 로버트 패틴슨이 메인 배우로 주인공 "코니"를 연기했다. 

여기서 감독 중 한명인 베니 사프디는 극 중 조금 덜 떨어진 동생 "닉(니키)" 역으로 형인 조쉬 사프디와 다른 제작진들 앞에서 직접 오디션까지 보고 다른 배우들을 제치고 역할을 따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주연을 따낸 로버트 패틴슨도 사프디 형제의 이전 프로젝트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다짜고짜 후에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그들은 당시 곧 개봉할 영화였던 Heaven Knows What을 보고 연락을 한 줄 알고,

그 영화를 보았느냐고 질문했으나 "아직 예고편도 안나온 상태인 영화를 어떻게 보냐" 며

로버트 패틴슨은 솔직하게 덧붙여 "사실 한 편도 안봤다" 고 답했다고. ㅋㅋㅋ

 

영화의 이야기 (스포일러 없음)

 

코니 니커스는 약간 모자라보이는 동생 닉을 정신과 상담의로부터 데려온다 그리고 뉴욕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은행 강도짓을 한다. 둘은 동네 은행을 털어 도망가지만 코니는 재빠르게 도망가 빠져나왔으나 닉은 체포되어 구치소에 수감된다.

코니는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이 험악한 교도소에서 살아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보석금을 내고 뒷거래를 해서 동생을 빼내오려 하지만, 코니는 필요할 때면 이용해먹는 듯한 나이든 여자친구 코리에게 부탁해 그녀의 엄마 카드를 훔쳐 돈을 메우려고 하나, 그 순간 동생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병원에 이송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코니는 바로 병원으로 가 경찰들이 한눈을 판 사이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얻어 맞은 듯한 닉을 몰래 빼내온다.

 

 

마지막 장면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다면 반대편으로 걸어가세요. Cross the room if you’ve ever lied."

"가족들과 싸워본적이 있다면 반대편으로 걸어가세요 Cross the room if you’ve ever not gotten along with your family members."

"내가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누명을 써본적이 있다면 반대편으로 걸어가세요 Cross the room if you’ve ever been blamed for something you didn’t do.”

 

질문에 따라 방의 끝과 끝을 오가며 닉은 현실을 직시한다.

닉이 현실을 직시하면 할 수록 영화에서 느껴진 억압과 긴장된 환경들이 조금씩 힘을 잃는다.

그리고 미래를 마주한다. 이 쪽 저 쪽으로 계속 걷는다.

 

이 이상하고도 참 멜랑꼴리한 엔딩은 90분간 말 그대로 "끊임없이" 달린다. 주인공 '코니'가 맞닥들이게 된 상황의 맞춰서 그것을 수습하기 위한 다음 스텝으로, 또 다음 스텝으로 계속 전개된다. 

 

굿 타임과 같은 영화의 결말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전통적인" 영화들이 이야기를 끝맺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대신 아주 단순히 이야기의 급박했던 기승전결 이후 남겨진 지금 상황의 현실에만 집중한다. 이러한 영화들의 트렌드를 "포스트-시네마"라고 하는데 

포스트 시네마는 우리의 시대와 우리의 정치와 우리의 문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투영하듯 보여준다. 

 

악몽같은 그 날 밤

 

 

영화가 진행되는 90분 내내 '코니'는 언제 자신의 동생인 '닉'을 교도소에서 꺼내올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걸 보는 우리 또한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코니는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또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끊임없이 옮겨다니며 꼬일대로 꼬여버린 계획을 수습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관객은 그걸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감독한 사프디 형제의 이 감각적인 작품은 다니엘 로파틴 (예명:Oneontrix Point Never) 의 도움없이는 아마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로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을 만드는 로파틴은 이 형제감독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감독에게 이미지에서 주는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무드보드를 따로 만들어서 보내준 비화로 유명하다. 그 무드보드에는 스폰지밥이나 전혀 이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는 이미지들로 수두룩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그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이미지들이 주는 '에너지' 그 자체였다고 한다.

 

 

 

결말이 던지는 질문 : The Pure and the Damned

 

코니가 체포되고 우리는 코니의 꼬여버린 한밤의 질주에서 눈을 돌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럼 영화속 그들이 처한 현실이란 뭘까? 닉은 그를 돌보아 줄 친구도 가족도 없다. (할머니가 있지만 그녀는 이미 노쇠하다)

닉은 사회에 나가기 위해 정신상담을 꾸준히 받아야하고, 그의 존재와 그의 상태를 직면해야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화가 막을 내릴 때 쯤에서야 알게 된다. 닉은 과연 코니가 없어야 잘 살 수 있는걸까? 

코니가 그의 삶에서 멀어져야만 도덕적이고, 사회에 섞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것이 아닐까? 

하지만 코니야 말로 닉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이 아니던가? 닉은 그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저 사회에 시스템이 요구하는 순리대로 살아야하는 운명일걸까?

 

이런 질문이야 말로 정말이지 답이 없다. 현실만 있을 뿐이다. 영화에 엔딩에 흘러나오는 Iggy Pop의 노랫말처럼

"The Pure and the Damned 순수한 자와 저주받은 자" 는 이 영화의 본질과 중심을 꿰뚫는다.

 

이에 관해 감독인 조쉬 사프디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코니와 닉은 한 세트에요. 이 영화를 그들의 눈을 통해 보죠. 이기Iggy가 굉장히 잘 했어요. 그는 닉이라는 캐릭터에서 순수함을 봤고 코니라는 캐릭터에서 저주를 보았던거죠. 그렇지만 그들은 하나에요. 아주 이상하긴 하지만, 그 둘 모두가 '사랑'이 동기가 되어서 행동했던 거거든요. 저는 거기에서 아주 놀랐어요.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건 굉장히 분명해요" 

 

전통적인 영화였더라면 이 영화는 끝까지 관객들이 과연 코니가 좋은 형인지, 혹은 닉은 사회의 이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말을 통해, 결국에 가장 중요했던 건 "코니와 닉이 서로를 정말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순수한 자는 늘 사랑이 동기가 되어 행동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노랫말이 그렇다 .

"저주받은 자도 늘 사랑이 동기가 되어 행동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이 영화는 아주 직설적으로 우리에게 질문하도록 만든다.

 

"나는 사랑했는가?" "나에게 사랑이란 무슨 의미인가?" "사랑이 나를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게 하는가?" 

동생을 감옥에서 꺼내와야하는 그 위험하고 지나친 미션에 발이 묶인 코니를 보며 우리는 아마 코니가 동생을 향한 애정과 사랑때문에 그토록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가 끝나는 몇분간 코니와 닉 둘 모두가 그들 스스로를 보게 되는 상황에 몰린다. 그리고 그 질문에 그들 스스로 답해야 한다. 

 

로파틴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사라지고 다시 이기 팝Iggy Pop의 허밍이 들린다. 

"언젠가, 내 맹세하건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곳에 갈거야. 그리고 우리는 악어를 쓰다듬겠지" 

닉도 코니도 모두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말 처럼 이 시간을 지나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소망하게 한다. 

 

그런데 '레이'역을 맡은 배우 버디 듀레스는 반박한다. "사실 닉에게는 코니가 없었어야 했다. 닉에게는 지적장애 치료는 물론이고, 트라우마 치료 또한 그를 '정상적으로' 도와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받을 수 있었다. 코니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코니가 강도짓에 닉을 끌어들이지 않았더라면 애초부터 이 모든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