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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 ZERO WASTE

2021년 제로웨이스트로 살기 | 내가 더 이상 사지 않는 5가지

by 핀즈버리디스코 2021. 2. 5.

2021년 제로웨이스트로 살기 |  내가 더 이상 사지 않는 5가지

 

© Soyo Leigh / instagram @soyoleigh

 

2018년, 지난 30년간 전세계 쓰레기처리반을 담당하던 중국정부가 쓰레기 수입을 거부하면서 전 세계 쓰레기 문제가 마치 이제 막 생겨난 양 문제처럼 비춰지고 있다. 

내가 싼 똥을 내가 치우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남이 치워주던 내 똥이 내 옷에 묻기 시작하니 아뿔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다. 

 

작년 후반부터 내가 내놓은 재활용품이 오염된 채로 배출되거나, 분리되어 배출되지 않는 등 갖가지 복잡한 이유로 제대로 재활용이 되지 않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일회용 플라스틱을 공격적으로 줄이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난 몇개월동안 나름대로의 최대한 노력을 해본 결과...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도시에서 출퇴근을 하며, 물 대신 커피를 좋아하고, 도무지 멋이 없는 것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맛 없는것을 먹느니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하겠다는 나같은 사람들.  20-30대  밀레니얼 소시민들에게는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급자족의 시골농부의 삶만큼이나 꽤나 완벽해 보이는 미국 유튜버들같은 제로웨이스트의 삶은 그냥 딱 잘라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사실 제목은 2021년 제로웨이스트로 살기 가 아니라 2021년, 제로웨이스트 실패기 가 맞을 것 같다.  아직 한 해의 시작이지만 ,이미 이 영광스러운 실패가 뻔히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실패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시도를 했다는 말일테다. 그대로 누워있으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씨름하다 실패하는 것이 낫지-! 나 따위가 해봤자 뭐가 달라지나 싶어도, 나 따위가 그나마 해서 나 외에는 아무도 바꿀 수 없는 내가 바뀌고, 내 주변 사람들이 보고 달라진다ㅋ. 내 마음의 양심이 달라지고, 내 쓰레기 봉투가 달라지는 걸 본다.

 

 

 

내가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아니! 적어도 로우 웨이스트Low-waste라로도 살아야겠다며, 내 양심이 나를 격려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몇가지가 있다.

 

 

 

 

1. 새 책 -> 전자책

 

나는 책을 넘기는 그 포근한 느낌과, 책이줄 수 있는 그 소유감, 그리고 표지를 바라보는 걸 참 좋아하던 사람이었지만, 지난 2017년부터는 전자책인 아마존 킨들Kindle을 사용한다. 그리고 2년전부터는 100%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소비하고 있다. 아마존 킨들은 안타깝게도 한국어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알라딘, YES 24에서 만든 크레마 등 아주 좋은 제품들이 많다. 한국에는 '밀리의 서재'라는 엄청난 책 구독서비스가 있어서 서점에 들어갔을 때 '아- 다 사고 싶다' 하던 그 불타는 욕망(욕구아니고 진짜 욕망.^ㅋ^) 을 맘 껏 충족해준다.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과 아이패드에서 모두 구독이 가능하다. 책을 다 읽어야한다는 부담없이 천천히 이 책, 저 책 옮겨가며 읽을 수 있고, 가방도 가벼워지고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드니 공간사용에도 여유가 생긴다. 또 800페이지가 넘는 거대한 책들도, 시리즈물도 더 싼 가격에 읽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단점보다 장점이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전자책으로 제공되지 않는 교과서 같은 실물 책이나, 영어 원서는 새 책을 사기 보다는 중고서점을 이용한다. 왠만한건 정말 다 있다. 간혹 당근마켓도 잘 살펴보면 떨이로 나온다! (ㅋ)

 

 

 

 

 

2.튜브 형 화장품 -> (플라스틱 1 / 2 번) 컨테이너에 담긴 화장품

 

튜브형 플라스틱은 'other'로 구분이 되어 재활용은 커녕 바로 매립지로 직행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속에 있는 내용물을 아무리 쪽쪽 짜낸다 한들 내용물 제거가 100퍼센트 어렵다. 그래서 뚜껑도 분리하고, 중간을 가위로 잘라 속 내용물을 물로 잘 씻어낸 후 배출했더니 이제는 '크기가 작다' 혹은 '크기가 너무 크다' 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재활용센터에서는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 치약형태의 튜브가 모두 그렇다.

 

그런데 가장 많이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1번과 2번으로 만들어진 용기들은 그나마 생활속에서 넓게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2번 플라스틱(고밀도 폴리에틸렌)이면서 그릇모양의 팟Pot형 컨테이너는 버리지 않아도 잘 씻어서 다른 것을 담는 용기로도 충분히 사용가능하다. 유리병이라면 세척과 소독에 더 용이해 좋다. 

출처: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almangmarket

서울만 해도 합정역 근처 '알맹상점'이라는 리필스테이션이 있다. 새로 사서 쓰던 로션이나 에센스가 다 떨어지면 그곳에 가서 용기를 잘 씻고 소독해 화장품만 고스란히 다시 담아오게 되면 불필요한 쓰레기 없이 화장품만 다시 채워 쓸 수 있다. 나는 러쉬 블랙팟을 다시 가지고 가서 에센스와 로션을 채워서 돌아온다. 알맹상점에서 입점해놓은 비건브랜드 '체이싱래빗'의 골든룰러 크림을 사용중이다. 아무래도 고보습 크림이다보니 가격은 일반 크림처럼 쎄다. 그런데 더도 말고 덜도말고 내가 쓸만큼한 짜서 갈 수 있어서,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러쉬LUSH에서도 빨리 로션 리필이 되면 좋겠다. 러쉬같은 경우는 블랙팟공병 5개를 모아 가지고 오면, 업체에서 용기를 재활용하고 대신 가지고 온 소비자에게는 2만원 상당의 마스크팩으로 돌려준다. 근데 마스크팩 말고 나는 로션이 필요하다고 ㅋ.....!!!!!!1

 

 

3. 샴푸 / 바디워시 / 폼클렌저 > 비누 (솝) 

출처: 퐁 인스타그램 @fxng.official

 

나부터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의식적으로 사지 않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바디워시다.

바디워시는 주로 플라스틱 병에 펌프캡이 붙어있는 형태로 시장에 나온다. 간혹 캡이 플라스틱 병에 아주 타이트하게 붙어있어 분리가 어렵게 되기도 하고, 또 실수로 펌프와 함께 배출이 되었을 땐, 각기 다른 성분의 플라스틱이 섞여 배출이 된 경우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바디워시는 게다가 리필용으로 나오는 좋은 제품도 많지 않아서 플라스틱 병을 내 선에서 재활용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바디워시 대신 비누를 쓴다. 바디워시에서 비누로의 전환은 예상했던 것 처럼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비누망을 사용하면 거품도 바디워시가 생각도 안날 정도로 잘 난다.  무엇보다 비누는 값이 싸다. 조금 더 건강한 성분의 천연비누 / 비건비누라면 더 빨리 닳아지는 단점도 있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장점이다. 짧은 주기로 사용하며 다양한 향을 맡아볼 수 있기 때문에 기분전환에 아주 좋다.

 

나는 지속 가능한 소비와 비건을 지향하는 비누브랜드 퐁Fxng이나, 영국브랜드 페이스인네이쳐Faith in Nature를 즐겨쓴다. 플라스틱 포장 없이 종이 패키지에 나오는 비누도 시중에 참 많다. 제로웨이스트 샵에는 아예 패키지 조차 없이 비누만 판매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튜브형으로 나오는 폼클렌저 또한 페이스솝으로 전환했다. 얼굴과 두피는 다른 부위와 다르게 PH발란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바디용 비누가 아닌 얼굴용 비누 사용을 추천한다.

 

 

4. 액상세제 (주방세제/세탁세제) -> 소프넛 (soapnut)

 

소프넛은 주로 따뜻한 온대지방에 자라는 사핀더스Sapindus라는 이름의 리치과의 열매이다.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솝베리Soapberry 혹은 소프넛soapnut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이 과육을 비누를 만드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붙어졌다.


말린 솝베리가 물과 만나게 되면 천연 거품이 난다. 이 떄 사포닌이라는 천연 계면활성제를 내뿜는데, 면 주머니에 6-7개쯤의 소프넛을 넣어 세탁기에 돌리면 세탁세제로, 끓이거나 침출하여서 추출액을 만들어 주방세제로 사용할 수 있다. 

 

액상세제는 플라스틱병에 담겨 판매된다. 물론 이 병을 재사용 할 수 있도록 리필형태의 제품들로도 나오지만, 리필용 포장지 또한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그래서 나는 집에 굴러다니는 면 주머니와, 유리병을 이용해 소프넛으로 천연세제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기름때도 잘 닦이고,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주방에서 나면, 이럴 땐 세제보다도 낫다 싶다.

 

소프넛 사용방법은 다른 포스트에 더 자세히 적어놓았다. (파란색을 클릭하세요!) 

 

 

 

 

 

 

 

 

수두룩하다.

 

5. 텀블러 (개인컵) / 에코백 (캔버스백)

 

카페에서 제공되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은 아무리 분리배출을 한다한들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대체제로 개인컵(텀블러)을 쓰는 것을 권장하지만, 동시에 디자인이 예쁘다, 기능이 좋다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시즌마다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개인컵을 사기 시작해 집에 족히 6-7가지가 넘게 진열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쓰는 것만 쓴다. 이번 주에 손이 가지 않는 물건은 다음 주에도 손이 안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정리'라는 이름으로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깨끗하게 자주 씻어서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컵 한 두개를 돌려가며 사용하고 있다. 

 

에코백 또한 그렇다. 유행을 타지 않는 나의 취향에 딱 맞으면서도 튼튼한 에코백 (캔버스백) 한 두개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것을 수 년간 사용하게 되면 셀 수 없이 불필요하게 소비되었던 일회용품이 절약된다.  

 

 

출처: https://www.vice.com

 

 

 

아무튼 올 한해도 열심히 실패를 해볼 생각이다. 열심히 번거롭게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