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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 ENGLAND, THE UK

스물 여덟과 서른 한 살

by 핀즈버리디스코 2024. 4. 19.

2021년, 영국이 판데믹을 거치며 록다운이 되고 당시 먹고자고 산책하기 외에는 할게 없었을 그 당시 나는 집착하던 관심있었던 것 위주로 블로그를 시작을 해볼 참이었다. 카테고리 이름들은 <Lush러쉬향수리뷰> <제로웨이스트> 같은 것들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애석하게도 제로 웨이스트라는 주제는 그저 내 힙스터스러운 쾌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 큰 열정 없이 간혹 모아놓은 본 마망 잼 병에 베이킹 소다나 팝콘용 옥수수정도만 리필하며 사는 정도로만 소비한다.   <Lush러쉬 향수>는 20대 중반에나 맛깔났지 이제는 그래도 30대 됐다고 이제는 다 자란 으른이 되버렸는지 냄새 마저 너무 별나지 않게 사회에 묻어가고 싶은 마음에 손이 잘 안간다. 아 물론 냄새도 그 보다는 비싼냄새가 나고 싶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최근에 꽤 오래 하고 있었던 코 피어싱 2개도 다 뺐고 다 막혔다.

 

 

3년이 지난 지금 영국에서 이젠 코비드나 록다운이라는 단어는 옛날얘기가 되었다. 당시 내가 블로그에 열심히 타이핑 하고 있으면, 옆에서 플스로 피파나 하며 시간을 때우던 남자친구와는 헤어진지 오래다. 그 자의 행방을 수소문해도 알길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게  이제는 내 옆에는 비슷한 구석이 거의 없는 다른 사람이 있다.

 

당시에는 프리랜서 라이프를 살겠다며 자유롭게 쥐꼬리 휘날리며 살았지만, 이제는 번듯하진 않아도 날마다 내 한계 (9시30분 출근) 를 경험하게 하는 풀타임 직장이 있다. 

 

3년이 꽤 격차가 크긴 큰가보다. 초딩학교 1학년과 초3학년, 중1 중3 가튼걸까. 스물 여덟과 서른 한 살의 격차도 그런가보다. 

 

 

나는 여전히 영국에 있기는 하다.

 

지금은 코비드때 살던 곳 보다 더 런던에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이제는 런던 한복판에 사는 것이 사실 크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영국와서 별의 별 동네, 별의 별 집에서 성실하게 다 살아봤는데 처음으로 리프트랑 컨시어지가 있는 깨끗한 플랏에 살고있다. 건물의 절반은 호텔이고 절반은 플랏이 사용하고 있어서, 복도가 약간 호텔스러운 카펫인데 그거 빼면 친구네 놀러가면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아파트 같다. 한국에서도 안살아본 아파트를 내가 여기서 살아본다^_^^^

 

예전에는 플랏을 셰어하다보니 부엌을 쓰는것도 마음을 먹어야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접근성이 좋아도 일단은 내 공간이 아니어서 마음편하게 사용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되니 요리를 할 바에는 굶는다 정신으로 살았었다. 이제는 멀끔한 부엌도 있겠다 나이 서른 먹고 처음 미역국도 만들어보고 김치볶음밥도 만들어 봤는데 반응이 좋았당.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한국요리 해먹으면 어른이 된 것 같다. 일본 카츠커리도 만들 수 있는데 그건 뭐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아님?  하는데 그보다 10배는 간단한 미역국 한그릇 끓여먹으면 와씨 증맬루 어른이 된 것 같다. 먹고 싶으면 엄마한테 얘기하는게 아니고 직접 만든다니;; 아무튼 그걸 매일 하고 있고 앞으로 돌아갈 일은 없겠지 싶다. 

 

 

 

시간은 일방통행일 것이고, 한 시기를 지나면 그 전 시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별 미련은 없다.